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아홉번째 편지네요.

제임스웹이 찍은 우주 사진을 몇 개 본 후로 불안하고 막막한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우주의 작은 먼지 작은 먼지 작은 먼지 천천히 되뇌며 침착함을 불러오곤 합니다. 효과가 좋아요. 당장 해결해야 할 것만 같은 문제들에 거리를 둘 수 있게 됩니다. 종종거릴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윤곽을 드러냅니다. 오늘도 그렇게 하나의 문제를 나와 떼놓았습니다.

할까 말까 과연 할 수 있을까 해도 될까 우스워지지 않을까 망설이며 큰 스트레스를 받던 일이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배우고 싶다면 들어라 발전하고 싶으면 시도하라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 그냥 하자 눈 꽉 감고 진행했습니다. 백 번을 다시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지만 내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수줍은 발전이 이루어지긴 했겠지 믿으려구요. 

첫방전 친구와 나눈 문자  

미술실 출산 등 내용은 펜트하우스보다도 훨씬 폭력적인데 그렇기 때문에 주동민 감독이 연출로 선정성을 덜고 덜어낸 건지 특유의 비틀린 유머감각이 빛을 발합니다. 한모네 헤어스타일과 똑같아진 방다미 직모단발에 많이 웃었습니다. 가발인 것을 감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서요. 이유비는 한모네를 만나기 위해 오랜 세월 달려왔나 봐요. 너무 잘 어울리고 너무 잘해요. 황정음한테 가끔 하이킥 과외선생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주동민 디렉팅 결과라고 예상해 봅니다. 어서 섬에 갇히면 좋겠어요. 서바이벌 예능이라면 일단 미치고 보는 토너인데 김순옥이 말아주는 고립형 서바이벌 드라마? 백발 엄기준? 피땀눈물 이준? 돌아돌아 나 돌아 그 자체입니다. 

MBTI 유형대로 개인을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하는 것에 깊은 반감을 품어왔습니다. 요샌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옷 잘 입는 게 최고의 플러팅이라니 I형 사고방식은 짐작조차 어렵구나 E형들이 놀라는 모습, 그새끼 말뽄새가 태생부터 재수 없는 게 아니라 T형이라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F형의 과정을 순기능적으로 여기게 됐습니다. 답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그러워지더라고요. 

쩝쩝대학 돈까스박사 김토너 평생 먹어온 냉동돈까스 중 가장 맛있는 제품을 소개하며 아홉번째 토너편지를 마치겠습니다. 바로바로 두구두구두 롯데 쉐푸드 등심통돈까스입니다. 협찬없이 시중 냉동돈까스를 비교평가한 네이버블로거 돈찐님이 1등으로 꼽은 제품이에요. 롯데푸드에 만족한 적 없어 사봐 말어 고민조차 하지 않던 제품인데요, 공동육아 중인 친구가 그 글 읽어봤냐며 이번에 한 번 사먹어보자 해서 먹게 됐습니다. 냉동돈까스 방황은 이제 끝입니다. 웬만한 돈까스 맛집보다도 부드럽고 냄새 안나고 고기 두껍고 바삭하고 아주기냥 짱이에요.

돈까스 잘 튀기는 법 다들 아시죠. 먹기 전날밤 냉장고에 옮겨두거나 서너시간 전 실온에 둬서 집게로 집으면 후들후들 흔들리는 상태까지 녹인 다음에 튀기는 것이 관건입니다. 상황이 안될 땐 전자렌지에 살짝 돌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30초씩 돌려가며 해동 상태를 확인하세요. 돈까스에 묻어있는 튀김가루를 조금 떼 기름에 던져봅니다. 바로 튀겨져 둥둥 뜨면 적당한 온도예요. 중불에 튀기다 가장자리 부분이 노릇노릇해지면 기름 탈탈 털어 꺼냅니다. 그릇 위에서 잠깐 식힌 다음 잘라야 형태가 부서지지 않아요. 

공동육아 스태프 밀이었던 돈까스. 사랑과 우정은 돈까스를 타고 옵니다. 모두 행복한 일주일 보내세요. 저도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