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셀프이발을 해야겠다 마음 먹으며 그렸던 토너편지 섬네일. 그림만 그려놓고 도입부 인사말도 못 쓴채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났습니다. 현재시각 일요일밤 10시 8분. 제 머리카락에는 어느 변화도 없습니다. 바쁘다 바빠.

기안84식 이발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유튜브에서 셀프이발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전엔 대충 뭐 어떻게든 되겠지 무대뽀적으루다가 진행시켰거든요. 당연하게도 능력자가 많더라고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을 알맞은 속도로 잘 알려줘요. 이발 실행을 못한 대신 그만큼 자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으니 어쩌면 더 나은 결과물을 낼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음주엔 반드시 오펜하이머 관람과 셀프이발을 완료하리라 마음 먹습니다. 

이번주에 저한텐 큰 일이 세 개나 있었어요. 안국역 근처에서 열리고 있는 무빙 팝업에 다녀온 것과 소녀사천왕 박지은 작가 개인전에 다녀온 것, 그리고 뜨거운 여름 내내 진행되었던 영화비평학교의 수료입니다.

이발할 시간이 없을만 하죠?

디즈니 플러스 트위터, 인스타 다 팔로우하고 있는데 무빙 팝업 얘기는 까탈로그 메일에서 알게 되었어요. 보자마자 이건 꼭 가야겠다 싶어 무빙 이야기 같이 나눠왔던 친구에게 의사를 물었고 함께 방문하였습니다. 극 내향인인 저같은 사람도 일행이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겠더라고요. 김두식 빙의하여 사격 하고, 죽어서도 신선한 신선한 치킨 먹고, 황지희 구하려고 장주원이 뚫어버린 벽에 내 주먹을 겹치는 등 무빙을 즐겁게 본 시청자라면 무조건 만족할 경험들이 즐비했어요.  

원래는 8월 20일까지 운영인데 인기가 많아 10월 3일까지 연장됐어요.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휴무없이 매일 열립니다. 주소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5 이고요, 네이버 지도에서 무빙 팝업 이라고 치면 바로 나와요. 주말 저녁에 갔는데 웨이팅 1분 정도 하고 들어갔어요. 생각보다 사람이 매우 많진 않아요.

두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소녀사천왕 박지은 작가 개인전 <스틸 컷 : spark>.

작가님 전시를 크고 작게 꽤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식으로 이루어지는 소녀사천왕 개인전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삼청동 한옥 갤러리 두실과 바로 옆 와옥bar와의 분위기가 무척 조화롭습니다. 10월 7일까지. 월, 화 휴관. 운영시간 오후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무료입장.

제일 따끈따끈한 근황이죠. 비평학교 수료!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무료 강의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시간이었어요. 아는 선에서만 써오던 마구잡이 리뷰를 일견 갖춰진 형식으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마구 발견한 6주 덕분에 요새는 글쓰기 책을 읽습니다. 미문과 유머를 겸비하는 그날까지 내 자신 화이팅.

재밌었던 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예술영화를 즐겨 보고 그것에 관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가 100명 조금 안되는 대규모 인원이 매주 만나는데도 눈에 보이는 그룹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구요. 예술영화와 글쓰기라는 좁은 교집합 위에 선, 인천에서 난다긴다하는 외골수는 다 여기 모인건지 다같이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는 그 순간까지도 모두의 마음 속에 장송곡이 흐르는 듯 장엄하고 고요했습니다. 근데 그게 너무 귀엽지 않아요? 누군가 나한테 혹시라도 행여나 원치 않는 스몰토크를 걸지 몰라 그럼 나 뭐라고 대답하지 어떻게 하지 두려워하면서도 영화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6주동안 결석하지 않는 열정이? 제가 그랬단 얘기입니다. 학생 대부분이 저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미루어 짐작하면서 능동적이자 나르시시즘적으로 귀여움 느끼기. 

헉 12시 5분. 어서 발송해야겠어요. 저는 이제 씻고 누워서 런닝맨 보다가 잠들거예요. 모두들 일주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