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9월맞이 컴퓨터 배경화면을 바꾸려다가 가만있어봐 9월이 영어로 뭐지 옥토버는 10월인데 셉템버는 11월이고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옆에서 애기 분유 먹이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야 9월이 영어로 뭐지? 셉템버잖아. 에? 그건 11월 아니야? 11월은 노벰버지. 아하! 맞네!

학창시절 달력 요일 외우기에 난항을 겪던 학생은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부진하네요. 써스데이 아일랜드 브랜드가 없었다면 목요일 외우기도 어려워했을 거예요. 변하는 듯 변치 않는 것이 인간입니다.

처서 이후로 아침저녁 습도 없는 건조한 찬바람이 불긴 불더라구요. 해도 많이 짧아졌어요. 귀갓길 얼굴에 닿는 바람이 모처럼 기분 좋아 셉템버 저도 한 번 불러봅니다. 여름 안녕!

성난사람들BEEF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어요. 나이가 많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쌓인 데이터베이스가 많아 새롭게 축적되는 정보가 유별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시간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얘기였어요. 저는 요새 그걸 정말로 절절하게 느껴요. 초등학생 1학년, 이제 막 태어난 아기와 함께 하루를 보내면 진짜로 시간이 잘 안가요. 사건이 너무 많아요. 매분매초가 새로워요. 

뭐를 많이 한 거 같은데 아직도 겨우 화요일이라 아니 이제 겨우 화요일이야? 라고 묻자 친구왈, 그래? 난 벌써 화요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답을 듣습니다. 친구에겐 일상이지만 제겐 일종의 일탈이라서 그런가봐요. 

그러니 삶이 지루하신 분이 계시다면 공동육아를 해보세요. 참된 솔루션!

지코바는 양념이 유명하잖아요. 치밥의 원조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그러나 찬바람 부는 어느날 노선을 살짝 틀어 지코바 순살 소금구이를 한 번 시도해보세요. 빠삭하고 슴슴하고 촉촉허이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 우리 동네 지점은 소스를 따로 구매하는 게 안되어서 순정으로 소금을 찍어먹는데요, 소스를 따로 파는 지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식감 그대로 매콤한 지코바 양념에 찍어먹으면 딱일 거 같은데 팔질 않으니 조건 맞는 구독자님들이 한 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알려죠! 소금구이 만족 예스 오알 노!

지금도 지코바 순살 소금구이 주문해놓고 이 글을 씁니다. 주문하기 전 마트에 들러 맥주를 사온것은 당연하고요. 아차차 도착했네요.

매콤함이 부족하다면 자체적으루다가 비빔냉면을 만들어 싸먹는 열정을 발휘하면 됩니다. 언제나 방법은 있습니다. 먹보에게 불가능은 없다. 

두번째 추천은 주전부리입니다. 무직타이거 추억의 달고나. 

초등학생이 편의점에서 하나 사왔길래 하나 뺏어 먹었다가 그대로 눈이 커졌어요. 특색없는 공장맛이 아니에요. 국자 다 태워먹으며 설탕 녹이고 젓가락 끝에 소다 조금 묻혀 톡 톡 떨어뜨려 열심히 휘저으면 부풀던 바로 그 옛날 달고나 맛을 재현했더라구요. 초등학생은 이 달고나가 조금 씁쓸해 맛이 없다고 했는데요 이모는 그래 이 맛이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습니다. 쿠팡에서 20개 단위로 팔던데 살까말까 고민중입니다. 노화가속 막으려고 아침에 토마토부터 먹는 지랄은 지랄대로 하면서 설탕덩어리를 몇십봉지 쌓아두고 먹는 게 납득이 되는 제로섬인가 아닌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했거든요.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니 편의점에서 발견하면 한 봉지 정도는 사서 드셔보세요! 

먹을거리 말고 추천드릴 것 하나가 더 남았어요. 

일주일동안 기다리는 드라마가 무빙 하나 밖에 없는 삶이 심심하여 그 와중에도 악착같이 재밌는 드라마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나의 해방일지 김석윤 감독의 새작품 힙하게입니다. 느낌이 그옛날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랑 비슷해서 저는 매우 즐겁게 보고 있는데요 만인이 재밌어하는 작품은 아닌가봐요. 시청률이 들쑥날쑥하네요. 요새 세상에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은거야? 싶은 점이 분명 있긴 한데 이정도 언피씨면 저는 받아들일만 하더라고요.

다음주엔 드디어 오펜하이머를 보려고요.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영화비평수업에서 선생님이 오펜하이머를 너무 매일 극찬하여 도대체 어느정도길래 무새까지 된거야 궁금하여 관람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이웃분께 여쭤 관람 전 시청해야 하는 영상을 추천받았어요. 다음주 제 관건은 오펜하이머의 유잼여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놀란 기둘리슈. 나를 놀라게할지 겸허히 기다리슈. 

피드백 페이지에 남겨주시는 글들은 정말로 소중하게 읽고 있습니다. 구독자분의 따뜻한 마음이 다음 토너편지를 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번 한주도 건강하고 무탈하시길.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