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지난번 편지 쓸 때만 해도 마이너스 35였던 이마트가 지금은 마이너스 38이에요. 힘들 때 웃는자가 일류라던가요. 그렇다면 저는 울고 삼류 되겠습니다. 욕하고 하류 되겠습니다. 여윳돈으로 조금씩 굴리는 주식이라 이따위 농담을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잃어도 괜찮은 돈이 어디있겠냐만은 아무튼 소액주주라 다행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소액은 아니고 아이구 나두 몰라. 

요새 제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단연코 박찬욱입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웃긴거예요. 저는 얼마전까지도 가끔 서래와 해준을 떠올리며 으이구 장해준 이 바보같은 놈아 나는 장해준처럼 뒤늦게 깨닫지 말아야지 아직 사랑까진 아닌 거 같을 때도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섣부른 다짐을 하곤 했어요. 그러나 24년 4월 15일 이후 호아 쉬안데만 떠올립니다. 동조자 주인공이에요. 베트남 프랑스 혼혈, 푸른눈과 동양인 특유의 광활한 광대를 동시에 가진 얼굴, 짧아서 더 단단한 바디쉐입, 산드라 오와 사랑 나눈 직후라 몸에 걸친 옷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왼쪽 손목에 걸려있는 검은 끈의 손목시계, 뭐 하나 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걸 빚어낸 것이 박찬욱이에요.

이다지도 낯설고 신선한 얼굴을 베트남전쟁 직후 시대배경으로 보는 게 즐거워 박찬욱이 쓴 책을 읽고 있어요. 갑자기? 네. 그렇게 됐어요. 

<박찬욱의 몽타주>는 <박찬욱의 오마주>와 다르게 수필에 가까워요. 일상을 담는 글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초딩 때 읽던 최불암시리즈를 다시 마주한 듯 낄낄 웃으며 페이지를 넘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일상 포스팅 제목으로 쓰면 딱 좋겠다 싶어 적어놓은 표현도 있습니다.

1. 생동감을 결여한 몰개성의 인물들

2. 뒤범벅된 교향악, 질주하는 슬픔

3. 너무 웃기는 나머지 슬퍼지는

유머와 진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인물이라 헤어질결심을 만들고 동조자를 만들었겠지요. 그의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좋아하게 됩니다. 송강호를 얼음, 최민식을 불꽃으로 비유한 것도 재밌었어요. 심지어 카인과 아벨이래요. 당대의 위대한 두 배우래요. 나중에 박해일을 무엇에 비유한 글도 읽을 수 있을까요. 파도라고 하려나요. 

동조자 정말 재밌어요. 쿠팡플레이 독점공개니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 한다는 정보 딱 하나만 알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요새 젊은이들 추구미는 도파민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래요. 제가 느끼기엔, 다 울었니? 할일을 하자 오래된 밈과 다를바 없는데 표현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트렌드가 되네요. 도파민과 저속노화가 시대정신이긴 한가봅니다. 무쪼록 힘들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할일 하는 무던한 초여름 되시길 바라며 또 쓸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