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요사스러운 봄날씨 결국 감기몸살이 걸리고 말았어요. 콧물재채기로 시작해 편도선이 붓고 숨쉴때마다 코 안쪽에 날카로운 통증이 있었습니다. 이번주 외부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병원부터 갔습니다. 건강이 먼저입니다. 모쪼록 봄감기 조심하시길 바라며 스물두번째 토너편지 시작하겠습니다. 

🚗💨

인천에는 시민대학이라는 것이 있어요. 몇 년전 미술수업을 한 번 들었고 바빠 잊고 지냈습니다. 새학기 시작한다는 문자를 살펴보니 생활도예 강의가 있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씩 흙으로 빚는 나만의 무언가가 생긴다니 가슴이 쿵쾅쿵쾅. 25일이 수강신청일입니다. 성공해서 도예 결과물을 구독자님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저는 주로 일대일 관계를 맺어요. 함께 만나는 친구가 저 포함 세 명만 되어도 모든 기가 쫙 빨려 잠자리가 편치 않습니다. 이런 성격은 좁은 곳에 갇히기 마련이고 한 곳에 고이기 딱 좋지요. 저는 오늘보다 내일 더 부드럽고 열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에 일부러라도 용기를 내고 있어요. 후에 관계가 어떻게 되든 일단은 만나보자는 주의입니다. 덕분에 블로그 이웃이기만 했던 미지의 사람이 때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 발전하기도 했지요. 좋은 일입니다. 감사한 일이고요.

그런 맥락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영화 독서 소모임같은 걸 하고 싶었어요. 문화예술 크게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대체로 비슷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4년 들어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영화나 독서 감상은 저 혼자 블로그에 개소리를 좔좔 늘어놓는 걸로 충분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새로운 만남은 무엇이냐 질문했을때 답은 경제공부 소모임이었습니다. 직접 만나 면대면으로만 배울 수 있는 특유의 으쌰으쌰 분위기가 필요해요. 아주 재밌을 거 같아요. 다만 투자권유나 사기꾼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소모임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개미가뚠뚠 같은 모임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

되겠냐? 라고 말하기보다 그래 한번 해봐 재밌겠다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갈림길 앞에선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그 친구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냐 없냐는 나중 문제입니다. 말 한마디로 아예 다른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해보니 나도 내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꿔요. 포기보단 차라리 시도해본 실패가 낫습니다.

🚗💨

기안84 전시 <기안도> 예매취소 했어요. 환불할 때 보니 5주동안 이어지는 전시회 티켓 모두가 품절이더라고요. 세상에 정말 잘나가네요. 한참 기안84랑 결혼하고 싶었을 때 흠 내 신랑감으로 자격이 있는지 직접 알아봐야겠어 작품 보고 판단하겠어 이따위 마음으로 예매했었거든요. 근데 좀 사그라들었어요. 집에서 성수까지 거리가 멀기도 멀고 어쩐지 귀찮더라고요. 침착맨 초대석에서 본지 얼마 안돼 유퀴즈에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제 흥미가 떨어진 게 결정적인 이유인 거 같아요. 뭔 개소리냐 물으신다면 정말 할말이 없어요. 그냥 그런 재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여겨주세요. 쩜오디에 최적화된 인터넷 망령 바로 나. 

🚗💨

 

넷플릭스 피지컬100 시즌2 보셨나요. 김동현 때문에 몇번 크게 웃었어요. 대탈출의 부력강자, 나는 봉이야 김봉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케이지에서 파이터 눈빛으로 변하는 김동현이 참 멋있더라고요. 이재윤 배우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니, 주위 사람들이 너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 니가 운동선수냐 묻기도 한다고. 근데 그럼 뭐 어때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라는 말이 되게 멋있더라고요. 목소리가 죽여줘서 더 그랬나. 

🚗💨

오늘은 무슨 남자얘기만 하다가 끝난 거 같네요. 나 혹시 남미새? 어쩔수 없어요. 화면 속에 멋있는 남자가 너무 많은 걸요. 오늘의 마지막 계획은 이 편지를 부치고 침대에 발 쭉 펴고 길게 누워 넷플릭스 삼체를 보는 것입니다. 재밌어서 내 새벽시간 모두를 가져가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아으 떨려.

춘분이 지나 이제는 낮의 길이가 더 길어진다네요. 목련도 보고 벚꽃도 보고 따뜻한 봄 만끽하다 또 편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