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구독자님들은 토너편지 외 몇 개의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하고 계세요? 발행인 아닌 수신자 입장에서 재밌는 편지 추천글 블로그에 올리면서 말미에 토너편지 짜잔 구독해죠잉 끼워넣기 할 심산으로 메일함을 뒤졌는데 총 10개 나오더라고요. 다른 사람 편지를 많이 읽어야 저도 좋은 글 쓸텐데 10개라니 아직 멀었어요. 이래서 무슨 추천글을 쓰느뇨 아웃풋은 인풋 대비인 것을 모르느묘 눈에 빤히 보이는 얍삽한 수 생각한 저를 반성했습니다. 내용물 알차게 채울 궁리가 먼저. 

🧦🧤🥓

지난주 런닝맨에서 유재석이 자기 안경테 가격을 얘기했어요. 몇년째 변함없는 그 검은 뿔테 말이에요. 만오천원이래요. 세상에나! 놀란 이유는 두가지였어요. 첫째, 유재석 참 검소하구나. 둘째, 유재석도 만오천원짜리 안경 쓰는데 내가 잘 빠진 가메만넨 80만원짜리 안경테를 장바구니에 담는 게 맞나? 아 물론 알죠. 유재석은 차가 포르쉐예요. 자기가 쓰고 싶은데에선 돈을 아끼지 않는 부자입니다. 근데 안경테는 시력 안 좋은 사람들에게 사치품 아니고 필수품이잖아요. 눈뜨자마자 쓰고 잠들기 직전에야 벗는 내 신체일부와 같다는 이유로, 알아볼 사람은 알아봐라 잠재적 재력과 센스를 드러내고 싶었구나 제 날것의 욕망을 직시했어요. 안경테의 건축학적 아름다움에 눈뜬지 얼마 안 돼 국내브랜드 블리스 안경테에 손 벌벌 떨며 30만원 결제하던 몇년전 나를 기억하며 마침 긱시크도 유행하겠다 다음 안경 유난떨지 말고 소박한 뿔테로 가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안경테 바꾼단 얘길 지금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지겨우시죠. 죄송합니다. 근데 이젠 진짜 바꿔야 해요. 블리스 안경다리 실리콘 커버가 다 벗겨져 쓸때마다 귓바퀴가 아픕니다. 집에서 편하게 쓰던 오래된 안경은 안경알 수명이 다 해 코팅이 들떴어요. 상반기 안에 동네 안경원에서 안경 이슈 해결하고 향후 2년동안 안경 염불을 멈춰야겠습니다.  

🧦🧤🥓

기안84가 침착맨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함께 했어요. 다는 못 봤고 작업하면서 라디오처럼 틀어놨었는데요 아주 재밌는 얘길 들었습니다.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기부를 많이 해야한다는 논지로 기안이 자기 얘기를 좔좔 늘어놓으니 침착맨이 대답으로 들려준 무소유 에피소드입니다. 법정스님 무소유 책을 읽고 무소유 정신에 크게 감동 받아 친구와 그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그 책을 빌려줬대요. 시간이 지나도 돌려주질 않아 물어보니 책을 잃어버렸다는 대답. 침착맨은 개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무소유에 감동 받아 무소유 삶을 지향하려던 사람이 결국 무소유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된 썰을 정말 재밌게 풀어 저도 같이 낄낄 웃었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니 뒷맛이 씁쓸하더군요. 가치의 전도. 개념에 잡아먹힌 가치.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반응.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사이의 계급. 웡카와 가자지구. e t c . 

🧦🧤🥓

난생처음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었어요. 다신 안 사려고요. 딸기가 아무리 달아도 토마토가 아무리 맛있어도 꼭 설탕 뿌려먹는 사람이 바로 저인데요 스테비아 토마토 단맛은 취향에서 크게 벗어났어요. 아니 왜 토마토에서 사카린 맛이 나는건데. 당연한 소리 하고 있죠? 스테비아 맛이 사카린 맛이랑 비슷하니까 스테비아 토마토가 사카린 토마토랑 맛이 비슷하겠죠? 홍시맛이 나니 홍시입니다. 원재료 자체의 인공적인 단맛 때문에 파스타에 넣어도 별로 라면에 넣어도 별로 샐러드로 먹어도 별로 그냥 다 별로였어요. 어쩐지 요새 스테비아 토마토 세일 많이 하더라. 유행 지났나봐요. 아닌가. 구독자님들 중에 스테비아 토마토 농장주가 계시면 어떡하죠. 죄송합니다. 이것이 인프피식 급발진입니다. 스테비아 토마토 누군가는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

스티비 메일에서 투표기능 마련해주면 좋겠어요. 오늘도 웃겼다 오늘은 덜 웃겼다 버튼 두 개 올리고 클릭만 하면 되는 피드백 받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 답장하기 눌러서 어쩌구 저쩌구 쓰는 일 번거롭잖아요. 그치만 그 번거로움이 카톡이나 블로그 댓글로는 느낄 수 없는 편지만의 즐거움이라면? 무슨 소릴 하는걸까요.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요. 이제 그만 편지를 부쳐야 할 때라는 뜻입니다. 설 연휴 건강히 보내세요. 저는 만나야 할 친척이 있지 않고 가봐야 할 시골도 없어 박물관을 좀 돌아볼 생각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이랑 국립현대미술관이 요새 특히나 퀄리티가 좋다더라고요. 설날 당일만 빼고 연휴 내내 운영하니 혹시 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