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야당역 근처 스타벅스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메뉴를 마시다가 갑자기 구독자님들이 생각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천에서 열리는 신진 아티스트들 전시를 관람해오면서 느낀 바가 있어요. 이 사람들 연대에 진심이구나. 농경사회가 아님에도 공동체를 구축한다는 건 생존과도 연결되는구나. 최근 가장 인상깊었던 부평부천아트페어는 연수동 갤러리 불모지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중 하나인데요 저는 그들 조직을 보면서 입신양명에 뜻없는 평범한 사람의 느슨한 공동체도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메인스트림이 사어가 되는, 취향이 잘게 파편화되는 시대에,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이야기 하는 모임 재밌을 거 같아요. 20대끼리 30대끼리 40대끼리 말구 그렇게 가르지말고, 그저 다른 우주를 접하길 바라는 마음만 있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소소한 행복을 도모하는 것. 네? 국힘당 지지자시라고요? 네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요? 말 한마디에 단죄하기보단 도대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뭐야 한 번 들어나보자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 너무 멋질 거 같아요. 예가 너무 극단적인가요. 후후.

책 어린이라는세계를 아시는지요. 제 우주 지름을 넓혀준 책이라 블로그에서도 몇 번 추천했었어요. 제 친구들이 결혼 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저는 양육자에게 존경심을 가질 일이 없었을거예요.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는 통제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래 무럭무럭 자라거라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거예요. 내 뒤에 앉아 좌석을 계속 툭툭 치는 어린이를 휙 돌아보며 세모눈 뜨는 어른이 되지 않은 건 내 주변의 양육자, 그리고 어린이라는 세계 책 덕분입니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냐면요 평생 겪지 못할 다른 사람의 우주를 시간내 가까이 들여다봄으로써 내 삶이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경험을 해보니 생계적으로 딱히 연대가 필요하지 않은 전혀 다른 유형의 일반인들이 잡학다식적 취향불문적 만남을 가진다면 자신의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곳을 향해 갈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영화모임이나 독서모임을 하나 하고 싶었는데 조건들이 다 까다롭더라고요. 가입비, 연령성별제한, 수도권 거주, 연애하면 안된다는 금지조항까지. 아니 저는 다른 것보다 여기선 연애 안하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어요. 섹스 찾아 헤매는 픽업아티스트 경계하는 장치라는 건 이해하는데요. 사랑이 무엇입니까. 번개처럼 내리치는 시스템 붕괴 아닙니까. 막는다고 막아지나 막을 필요가 있나 막아서 뭐하나 까지 생각이 뻗쳐버리고 만 거예요. 오히려 그런 절차 때문에 호승심적 연애심리가 발동하면 어쩝니까. 막을 수 있나요. 예상할 수 있나요. 주최자 분들도 처음엔 저와 같은 마음으로 좋게좋게 두루두루 폭넓은 신청을 받다가 사람에 데이고 질려 엄격한 룰을 만드신거겠죠?

아무튼

사회에 이미 만연한 세대간 성별간 갈등을 개인 차원에서 극복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내가 선 바로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우주를 겪고 이해 폭을 넓히는 기회를 마련할 순 있습니다. 한달에 한 번, 세달에 한 번, 생사 여부를 확인하면 그뿐인 느슨한 모임 너무 짱이죠. 스무살이 넘었다면 누구나, 경단녀부터 싱글파더까지, 대학생에서 참전용사까지, 백수에서 다단계 사업가까지. 평생 만날 일 없다고 여겨온 카테고리 사람을 만나볼 기회. 와 타이어보다 싸다.

수도권 사람들만 모이는 것도 재미없어요. 해남에서 삼척에서 그때그때 중간지점을 정해 멤버들 다같이 국내여행을 가보는거죠. 낯선 곳에서 기꺼이 낯설어지기. 아니 근데 여기까지 써놓고보니 자살카페동반여행 같네요. 아 이런 싯팔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냐. 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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