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너입니다.

긴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연휴가 큰 의미 없는 비직장인이라 평소와 비슷하게 지내는 중이에요. 10월에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 얼개 잡느라 심지어 평소보다 조금 더 바빴습니다. 

1. 오늘은 작업실 짐을 정리하고 왔어요. 계약에 문제가 생겨 아예 빼기로 했거든요. 큰일 아닌데 글로 보니 좀 심각해보이네요. 집과 일터가 구분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걸 그렇게 답답하게 여기지 않아요. 일 하다가 막히면 으악 소리 한 번 지르고 방바닥에 대자로 누울 수 있으니 별 불만이 없습니다. 작업실 얻고 51만족 49불만족이긴 했거든요. 출퇴근이 싫어 프리랜서길을 선택했으면서 능률이 오른다는(오르는 거 같다는) 이유로 자발적 출퇴근을 자처하는 게 조금 후회되지만 이왕 얻은 작업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좋다좋다 말하면서 내 뇌를 속여보자 싶었걸랑요. 서로 감정 상하면서 끝난 게 아니라 때에 따라 필요하면 하루 정도는 스튜디오처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2. 셀프이발을 했습니다. 길이는 안 건드리고 숱만 쳤음에도 쓰레기통이 꽉 차더라고요. 감고 말릴 때마다 만족스럽습니다. 가벼워요. 엄마는 이발비가 아까워서 그런거냐며 당신이 돈줄테니 제발 미용실 가서 전문가의 손길로 다듬으라고 호소하는데요, 불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고집 부리고 있어요. 저는 거울을 안 보면 그만이라 스트레스를 안 받는데 엄마는 오가는 나를 볼 때마다 화가 나나봐요. 적고보니 정말 불효네요. 

3. 아이폰 15프로 국내 출시 전 해외에서 먼저 구매한 테크 리뷰어들의 영상을 많이 봤습니다. 부정적 이야기가 주였어요. 구관이 명관인가 14프로 길 걸어말아 고민하다가 아니지 사려면 구매 당시 제일 최신기기를 사야지 결론 내렸어요. 뭐 하나 사려면 결제까지 몇 개월은 기본으로 걸리는 제가 백만원 훌쩍 넘는 기기 사는데 이것저것 안 잴 수가 없었네요. 3년 전 SE2 살 때만 해도 현재의 제가 좋은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줄 예상 못했거든요. 통화 문자되는 아이폰이기만 하면 되어서 보급형 모델 최저 용량을 택했더니 일 하나 갈 때마다 저장공간이 부족해 불편합니다. SE2가 아직 멀쩡하지만 15프로 구매길 걸어봅니다. 직장과 집은 합쳤는데 핸드폰은 업무용과 사생활용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겼어요. 투폰체제 레츠고.

3.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어요. 16-8은 저한테 좀 쉬운 일이라 18-6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동안 얼마나 대책없이 먹어왔는지 3일만에 3키로가 빠지더라고요.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는데 목표를 두려고요. 네이버 비만도 계산기로 알아보니 지금은 과체중을 훌쩍 넘어 비만인 상태예요. 10키로는 더 빼야 정상체중이 되더라고요. 하하하.

4.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렸던 포토이즘 침착맨 프레임 만남은 취소되었습니다. 흐린 날에 긴 이동거리가 예상되어 둘 다 상대가 먼저 약속을 파기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던 걸 들켰거든요. 껄껄 웃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습니다.

5. 추석 당일에 달맞이하러 옥상에 갔었어요. 얇은 구름에 가려졌다 드러났다 하는 동그란 밝은 달이 계란 후라이 같다며 낄낄 웃었습니다. 이틀 지난 오늘 달리기하며 본 달은 어느새 구석탱이가 조금 찌그러져 있었어요. 시간은 일관적이고도 무자비하게 나를 지나칩니다. 세달 남은 2023년을 무쪼록 낭비없이 보내보아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