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기존 루틴대로 돌아오는데 신경 썼던 일주일입니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달리기였습니다. 친구네 집 갈 때 스포츠부라자와 양말, 러닝화를 챙겨가긴 했었는데요, 육아생활은 내 계획대로 흐르는 법이 없더군요. 50여 일간 두 번 정도 뛰었을까요.

날씨가 선선해서인지 오런완 붐이 일어난 게 맞는지 동네 러닝 인구가 많이 늘었더라고요. 뛸 때마다 늘어나는 거 같아요. 곁눈질로 다른 러너들의 뜀뛰기 자세를 훔쳐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러너뿐 아니라 행인 취객 가릴 것 없이 저를 흘끔대는거예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달리던 중이라 유난히 외모 자신감이 떨어져 있어 저는 또 갖가지 상상을 했습니다. 뭐지 너무 못생겨서 쳐다보나, 못생길 수도 있지 저 정도로 흘겨볼 일인가, 여드름이 많이 나서 쳐다보나, 얼굴이 많이 빨개졌나, 어쩌면 지금 나 날으는 붉은 돼지일지도? 살찐 사람 달리는 거 처음 보냐 이새끼들아, 사고 확장은 점점 나락으로 향하고 있었죠.

쳐다보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인터벌 달리기를 모두 끝내고 집에 돌아와 땀과 먼지 범벅인 손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봤을 때 마침내.

웬 주방장이 한 명 서있더라고요. 평시엔 잘 쓰지 않는 나이키 흰 모자를 쓰고 나갔는데요, 캡이 안경다리를 자꾸 누르기도 하고 이마가 간질거려 위로 조금 밀어올린다는게 힘조절이 안됐나봐요. 유난히 깊숙한 편인 흰색 모자를 좀 과하게 올렸더니 쉐프가 된 것이지요. 아 내가 너무 못생겨서가 아니구나 요리사 모자를 쓰고 달리는 줄 알아서였구나, 내 멋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상부터 결론까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어찌됐건 제 마음엔 평화가 찾아왔다는게 중요하니까요.

엄마 오늘따라 사람들이 너무 쳐다본다 했는데 알고 보니 모자가 이 모양이었네? 낄낄 웃으며 말을 걸었더니 어 모자가 많이 위로 올라갔었네 심드렁하게 대답할 뿐인 쿨맨. 혼자 찧고 까부는 딸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니었을 테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찬물에 샤워 싸악 하고 드러누워 1947 보스톤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무릇 러너라면 봐야 할 영화가 아닌가 잘난척하면서요. CGV에서 주는 스피드 쿠폰을 썼는데요, 사람들이 이 영화에 관심이 많이 없나 봐요. 소진이 잘 안되더라고요. 달리기가 문제인지 배우가 문제인지 감독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저는 관람하는걸로.

주말에 몰아서 한꺼번에 운동해도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건강에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대요. 정말일까요? 정말이겠지요. 뭐든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요.

2,3일에 한 번씩 꼴랑 2,30분 뛰는 게 다인 주제에 달리기에 관해서 참 꾸준히 떠들고 있네요. 사실 오늘은 달리기 얘기는 조금 짧게 치고 나이가 들수록 방구와 트림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 써보려고 했거든요. 엄마가 하도 시도 때도 없이 방구 뀌고 트림해서 지랄에 가까운 잔소리를 해온 게 저인데 어쩐지 엄마 모습 그대로를 닮아가는 것에 대한 소회를 남기고 싶었어요. 유전자와 대물림 같은 것들이요. 그러나 편지가 벌써 이만큼 길어졌네요.

더 잘 달리라고 몸이 스스로에게 주는 추진력마냥 크고 시원한 방구가 뿡뿡 나오는 것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연구결과를 공유할 거 같진 않아요. 솔직히 누가 남 방구에 대해서 일요일밤 월요일아침부터 알고 싶겠습니까. 나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이번주에는 포토이즘 만남이 있습니다. 침착맨 프레임이 나왔다길래 친구랑 만나서 같이 찍기로 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유튜버라지만 유부남이랑 하트 완성시키긴 좀 그래서 재치있는 포즈를 몇 개 생각해놨습니다. 재치에 꽤 엄격한 친구랑 동행하는거라 제 포즈 제안이 통과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무쪼록 많이 웃는 일주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